[영화]해운대 - 왜 이게 관객 천만을 바라보는 거지?

어제 대구에 가서 해운대를 보고 왔습니다. 솔직히 그다지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극장을 가서 볼 수 있는 영화 중 가장 무난한 영화는 역시 '가장 잘 나가는 영화'니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일단 설경구가 나온다니까 일말의 기대는 하고 있었는데...

이 뭥미?!

제 감상 포인트가 틀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재난영화의 포인트는 재난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압도적인 CG와 재난 앞에서 처절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는 (주인공들의)사랑입니다. 근데 이 영화는 둘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우선 CG 얘기부터 하죠. 그냥 간단히 말해서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엉성합니다. 물론 그동안 쌓아 온 기술의 축적량이 비교가 안 되니 이건 당연한 거겠지만, 그래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너무 익숙해진 제 눈에 해운대의 재난 CG는 뭔가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반부에 다리에 걸린 배 나오는 장면에서는 조금 웃기기까지 하더라구요(...). 헐리우드 재난영화를 자주 보신 분이라면 그 차이를 더 심하게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스토리 전개도 엉성한 부분이 많이 눈에 밟힙니다. 초~중반까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 양상을 보여주는 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합니다. 덕분에 재난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재난 장면이 전체 러닝타임 절반이 지나간 후에 시작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죠(...). 근데 이렇게 첨예하게 진행되던 갈등이 재난 하나 때문에 너무나 허망하게 해결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자기희생,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등등... 이런 요소는 분명 극을 감동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만, 등장하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면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실소를 머금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해운대가 그런 경우입니다.

거기다 설경구에 박중훈, 엄정화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엄청 많이 나왔는데, 이 부분이 또 이 영화의 독이 되었습니다. 이 배우들은 영화 마지막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로 끝납니다. 즉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재난을 헤쳐나가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스토리가 너무 분산되고, 그 때문에 더 스토리가 짧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연료는 엄청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거기에 비하면 각 배우들의 시나리오상 비중도 고만고만합니다. 차라리 이 인물들이 전부 한데 모여서 재난에 맞서 싸운다거나, 아니면 이야기의 초점을 한쪽으로 맞췄으면 더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가 본 해운대는 함량 미달의 영화입니다만, 이상하게 흥행성적은 엄청 좋더군요. 솔직히 왜 이렇게 흥행성적이 좋은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전 TV에서 예고편 처음 보고 이 영화 아주 좆망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역시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성적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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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詩人 | 2009/09/06 16:14 | Novel, etc. | 트랙백(2) | 덧글(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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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9/09/06 18:16

제목 : '해운대' 한줄 감상
'그는 진정한 바다의 왕자였다.' ......과정이 뭔가 어거지스러웠던 것 같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OTL...more

Tracked from 인생은 비정규직 at 2009/09/06 21:18

제목 : 해운대 유감
그냥 짧막하게 적으련다. 영화 해운대, 언이하고 봤는데 중2인 학생도 지루해 하더라.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전반부는 간간히 웃기긴 했는데 너무 지루해 이건 쓰나미가 오긴 오는건지 싶었다. 그러다보니 후반부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너무 감동을 억지로 짜낸다는 느낌. 그게 오히려 불편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이민기도 좀 그랬고, 설경구가 삼촌한테 붙들려 살고 삼촌은 죽는 부분은 절정이었다. 영화는 영화일뿐 그냥 참자고 해도 ......more

Commented by 朝霧達哉 at 2009/09/06 16:31
디워가 함량미달인 영화였는데도 800만 동원한거랑 같은 이치임...[...]
Commented by 詩人 at 2009/09/06 16:35
아니 난 설경구가 나온 영화가 이렇게 좆망 퀄리티라는 사실이 더 슬프다능(...).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9/06 17:56
본질적으론 우리나라 tv연속극과 다를 거 없는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히트의 비결은 이거?)
다만 갈등의 해결을 '재난'에 맡겼다는게 차이점 OTL
Commented by 詩人 at 2009/09/06 18:01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군요. 첨예하게 지속되던 갈등이 주인공의 노력이 아니라 외부요인으로 인해 해결되는 건 주말드라마의 전형적인 패턴이죠(-_-).
Commented by 腦博士™ at 2009/09/06 18:17
입소문에 많이 보러들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
Commented by 냐옹 at 2009/09/06 18:38
음... 전 재밌게 봤는걸요? 해외 영화랑 냉정하게 비교를 하지 않아서일까...
그냥 편한하게 보기에 좋은 영화..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고 크다고 하죠..
저 천만관객은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보신분도 많을듯 하네요 ~_~
Commented by naryoo at 2009/09/06 19:42
저도 티저만 보고 진짜 별로라고 생각해서 기사보고 굉장히 놀랐는데 실제로 보고도 굉장히 놀랐다는;; 어떻게 이런 영화가 천만이나;;
Commented by ㅠㅠ at 2009/09/06 19:51
디워보단 낫잖아
Commented by 냐오 at 2009/09/06 20:00
동감

영화비 오른뒤
돈주고 보기 솔직히 아까움
Commented at 2009/09/06 20: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키세 at 2009/09/06 20:37
코미디 영화로써 재밌던데요..
전 전혀 재난영화라고 하고 재미없겠구나, 하고 보고갔는데 코미디 영화라 재밌어가지구 ㅡ.ㅡ;
Commented by 이루 at 2009/09/06 20:39
저도 솔직히...................... 차라리 국가 대표가 훨씬 좋았던거 같아요.
제 주변에서도;; 해운대 본 사람들은 그닥.... 재난 영화라기에는 음 앞에 딴 말이 너무 길었던거 같기도 하구요; 저는 처음에 지루해 죽는줄 알았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mmented at 2009/09/06 20: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파프니르 at 2009/09/06 21:45
코믹영화거든요
Commented by onyxknight at 2009/09/06 22:00
파도 덮치기 전까진 나름 괜찮았는데 파도 몰아쳐서 설경구랑 하지원 쓸려가고 나머지 주인공들도 졸라 쓸려가는 거 보고 완전 허무해서 혹시 감독의 의도가 '이런 절절하고 다채로운 인간의 삶도 자연의 힘 앞에 모두 허망하게 무너져버린다'인 줄 알고 입만 벌리고 있었는데, 매칼없이 전봇대에 매달린 하지원과 설경구가 나오더니 스토리마다 한두놈씩 죽어나고, 이건 뭐여.
Commented by 달려옹 at 2009/09/06 22:33
근대 쓰나미 소재 자체가....10~20분이면 끝나는 초신속 재앙이니...
후반부에 잠시 등장하는건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지만..

그 엉성한 해결과 데스티네이션급 생존능력은..ㅡㅡ;
Commented by 마이니오 at 2009/09/06 23:37
CG는 차이를 생각하고 보면그래도 볼만은햇지만,
구성은 뭐 -- 가족드라마에 재난 조금낀거.
차라리 TV드라마로 만들었음 나았을정도
Commented by 스무살 at 2009/09/06 23:57
이미 천만이 보고 주변사람들도 모두 본 영화
하지만 그러고나선 한결같이 관람을 막는 영화
도대체 이 상황은 뭘까요? -_-
Commented by 홍월 at 2009/09/07 01:06
재난영화가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요ㅋㅋ

저는 솔직히 나오기전부터 보기 싫었고ㅠ
나온 후에도 이상하게 주변에 본 사람들이 다 재미없다고 하더군요...그런데 천만이야!?
Commented by 얼운 at 2009/09/11 08:35
천만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무색해졌습니다 ? 아무튼 안 봤습니다.
Commented by 욕구不Man at 2009/09/18 18:49
근데, 해운대 CG는 국내산이 아니라 해외 외주제작이라는거- _-)~
Commented by 詩人 at 2009/09/18 18:49
슈ㅣ바 외주 준 게 그 모양이냐(ㄱ-).
Commented by ㅋㅋㅋㅋㅋㅋㅋ at 2009/11/13 12:01
동감!!! 난 이런분이 없나라구 생각햇음!!!
솔직히 해운대 cg어색해여 정말 그리고 너무뻔한 그런 내용만 담아서 그런지 다른 영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cg처리만 현재 자기들이 할수잇는 능력으로 만든 그런 영화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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